'황제내경'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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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양학에 3대 과목이 있다.

한의학, 풍수학, 명리학이다.

이 3대 과목은 대학의 학사 계획에 없었던 과목이다.

학사 계획이라는 게 서양의 대학 시스템에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의 토속적인 과목들은 그에 편입될 ‘학문적 시민권’을 갖지 못했다.

그러다가 1970년대부터 대학에 한의학과가 생기면서 제일 먼저 한의학이 시민권을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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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는 ‘재야의 잡술’로 떠돌다가 최창조(1950~2024) 교수가 깃발을 들고 고군분투한 덕에 영주권을 땄다.

최창조가 서울대 교수라는 사실이 그에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이중 잣대에 시달렸다.

대학 강단에서는 끊임없이 최 교수에 대해서 ‘미신 아니냐?’ 하는 비판과 조롱이 이어졌다.

강단이 아닌 강호에서는 대중의 인기가 있었지만 동업자인 학계로부터의 조롱은 최 교수에게 상당한 심적 부담을 준 것 같다.

대가 센 성격도 아니고 내성적인 스타일의 최창조는 이러한 이중적 소용돌이에 시달렸다.

한쪽에서는 ‘명당이 어디 있냐?’고 하는 돌팔매요, 다른 한쪽에서는 ‘여기저기서 불러 대는’ 인기를 누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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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사에서 소용돌이를 겪다 보면 땅을 투시하는 영적인 파워, 즉 ‘영발’이 소진되는 경우가 생긴다.

동양학에서 ‘영발’은 생명줄이다.

업계의 선생이 말년을 우울하게 살다가 갔다는 점이 필자에게도 여러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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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학은 시민권도 영주권도 없다.

학계의 불법 체류자다.

4대 보험의 혜택을 받는 게 하나도 없다.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

하지만 원래 길 위에 있었기 때문에 추방되어도 결국 길 위에 남아 있을 것은 확실하다.

이번에 ‘황제내경(皇帝內經) 소문집주(素問集注)’가 번역되었다.

시민권자인 한의학계에서 최고의 경전으로 떠받드는 책이다.

경희대 한의학과를 나온 박태민(70) 한의사가 번역했다.

대학생 시절부터 황제내경을 공부하는 스터디 모임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거의 50년에 걸쳐 선배들로부터 지도를 받고 본인의 지속적인 탐구, 그리고 한의원에서의 임상을 거쳐 번역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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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내경의 여러 주석서 가운데 정평이 난 장지총(張志聰·1644~1722) 주석은 한국에서 처음 번역된 것이다.

옛날에는 책이 귀해서 이 책을 구하기가 어려웠고, 최근에는 한문 해석이 어려워서 번역하기가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