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皐詩選(10) 艱貧(간빈)가난이 죄
地上有仙仙見富(지상유선선견부) 땅 위에 신선 있다더니 부자
가 곧 신선이라
人間無罪罪有貧(인간무죄죄유빈) 사람은 죄가 없어도 가난이
곧 죄로다
莫道貧富別有種(막도빈부별유종) 빈부는 원래 다른 종자가 아
니라오
貧者還富富還貧(빈자환부부환빈) 가난뱅이 부자 되고 부자가
가난뱅이 되나니
※ 김삿갓이 어느 인심 고약한 부자의 집에서 門前薄待(문전박대) 당한 뒤 넋두리하듯 즉석에서 읊은 시다.
자신의 가난한 신세를 한탄하고 그 부자에게 당신도 언젠가는 가난해 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내용이지만 음미해 보면 더 깊은 뜻이 스며 있다.
조선시대의 봉건적인 신분제도를 부정하는 혁명적인 民衆思想(민중사상)
과 인간 平等思想(평등사상)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富가 代를 이어 世襲(세습)되면서 경제적으로는 물론 사회적 身分(신분)의 固着(고착)이 심해지는 현상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빈부차이가 어찌 없으랴마는 서로 더불어 사는 지혜가 더욱 절실한 요즘이다.
한때 유행하던 無錢有罪 有錢無罪(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없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 莫(막) ; 없을 막(=無), 하지 말라(금지), 아득함, 조용함
* 道(도) ; 길, 이야기 하다, 따르다
* 莫道 ; ~라고 이야기 하지 말라
* 還(환) ; 돌아오고 감, 돌려보냄, 갚다, 다시, 도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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